하청 노동자 직고용한 뒤 임금만 깎았다면?…법원 “차별 안 된다”
하청 노동자 직고용한 뒤 임금만 깎았다면?…법원 “차별 안 된다”
하청·자회사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면서 별도 직군을 만들어 임금을 낮춘 방식에 항소심 법원이 제동을 걸었습니다. 포스코·한전KPS 등 여러 사업장에서 비슷한 직고용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판결이 어떤 기준이 될 수 있는지 정리했습니다.
▲ 하청 노동자 직고용·처우 문제를 둘러싼 집회 현장
어떤 판결이 나왔나
부산고등법원이 조선업체의 청원경찰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노동자 측 손을 들어줬습니다. 회사가 이들을 직접 고용하면서 별도 직군을 새로 만들고, 기존 단체협약보다 불리한 임금체계를 적용한 것은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재판부는 문제의 임금체계를 무효로 판단하고, 기존 단체협약 기준에 맞춰 호봉을 다시 계산해 그동안 지급하지 않은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했습니다.
사건의 배경
이 사건은 자회사에서 일하던 청원경찰들이 임금 삭감에 반대하다 집단 해고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들은 복직 투쟁 끝에 “실질적인 사용자는 원청”이라는 법원 판단을 받아 직접 고용됐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이들에게 ‘임금은 나중에 별도로 정한다’는 조건이 담긴 입사 합의서를 쓰게 했고, 정규직 노조와의 단체협약 협상에서도 ‘보안직 임금은 따로 협의한다’는 취지의 부가 조항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청원경찰에게만 별도의 낮은 임금체계를 적용했습니다.
- 1단계 임금 삭감 반대하던 청원경찰 집단 해고
- 2단계 복직 투쟁 → “실질 사용자는 원청” 판단으로 직접 고용
- 3단계 별도 직군 신설 + 조건부 입사 합의서 + 부가협약
- 4단계 청원경찰에게만 불리한 임금체계 적용
- 결과 항소심, 해당 임금체계 무효 판결
법원이 무효라고 본 이유
재판부가 임금체계를 무효로 판단한 핵심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같은 업무의 연속 — 과거 직접 고용하던 인력을 자회사를 통한 간접고용으로 바꿨을 뿐, 실제 수행 업무는 계속 이어져 왔다고 봄
🔹 기존 규정의 적용 대상 — 인사규정상 보안·경비·방호 업무가 이미 기존 직군의 하위 업무에 포함돼 있어, 기존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이 적용된다고 판단
🔹 절차적 하자 — 특정 직군에게만 불리하게 만든 부가협약은 합리적 이유가 없고, 임금체계도 해당 직군 과반수 동의 없이 회사가 일방적으로 도입해 효력이 없다고 봄
정리하면, “기존에 같은 직군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더 불리한 임금과 근로조건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로 평가됩니다.
포스코 직고용 논란과 무엇이 닿아 있나
▲ 제철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깃발
이번 판결이 주목받는 이유는 비슷한 방식의 직고용 갈등이 여러 곳에서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포스코는 포항·광양제철소 협력사 노동자 약 7천 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하면서 기존 정규직과 별도로 새로운 직군(이른바 ‘시너지 직군’)을 신설했습니다. 이 직군의 임금 수준이 기존 정규직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청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노동계에서는 “별도 직군을 철회하고 정상적인 직고용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발전설비 정비 분야에서도 하청 노동자 직접 고용을 놓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적용을 둘러싼 노노(勞勞)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처우는 노사와 하청 노동자,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체에서 논의될 전망입니다.
이 판결이 남긴 의미
직접 고용을 하더라도 별도 직군을 만들어 임금을 낮추는 방식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유사한 갈등을 겪는 다른 사업장의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회사 측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같은 일을 해 온 노동자를 고용 형태만 바꿔 놓고 임금에서 차별하는 관행이, 앞으로 얼마나 바뀔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 본 글은 언론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재구성해 작성한 것입니다. 상세한 판결 내용과 원문은 해당 언론사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